소중한 누군가와 이별하는 방법에는 별종도 무엇도 없는지, 페스타 백작저는 상을 맞은 집안이 으레 그렇듯 고요했다. 언제나 은은한 소금기가 부유하던 공기에 향내가 섞이고 제각기 개성을 뽐내던 방문자들의 옷차림이 먹색으로 통일되었다. 고인이 보았으면 혀를 찼을 광경이라고 누군가는 중얼거렸으나, 이 최소한의 격식을 부수는 '별종'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물결 저택은 전형적인 슬픔에 잠길 수 있었다.
시아의 소가주가 도착한 것은 길고 긴 장례 일정의 끝자락이었다.
페스타 백작은 깔끔하며 원숙한 예절로 방문자를 맞이했다. 예술가적 자질이 없다, 가끔 보면 페스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다, 판에 박힌 사람이다… 특이하지 않아서 특이한 자. 그게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였다. 과연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건네는 인사 한마디, 취하는 손짓 하나까지 어딘가 정석적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에는 고인을 안치한 별관으로 그를 안내했다. 이미 다녀갈 사람은 모두 다녀간 탓이었을까, 이른 시간대 탓이었을까, 내부는 사람이 몇 없어 고요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부서진 빛이 열린 관을 향해 쏟아져내리는 모습이 그림 같다. 채도 낮아 세련된 톤의 카펫이 깔린 길을 걸어 백합 한 송이 제단에 올려두면 진이 할 일은 끝이다. 식의 주인공이 생전 어떤 삶을 살았든, 그를 찾아온 이들이 표할 애도는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다이아몬드의 이름이 나오자, 페스타 백작은 퍽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움? 당황? 또는 의심이나, 묘한 흥미. 말끔한 낯 위로 짧은 순간 다양한 감정이 스쳤다. 수 초, 잠시 침묵했던 것을 예의바르게 사과한 그는 제 입가를 가만 쓸어내리며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그렇군. 레니스 아카데미, 그래. 다이아몬드가… 특별히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닌 듯 혼자 빠르게 중얼거리던 백작이 지나가던 시종을 불러세웠다.
"손님을 카멜리아에게 모셔다 드려라. 카멜리아에게는 다이아몬드의 상태를 봐 달라고 전하고."
멀뚱멀뚱 옆에 서서 저를 바라보는 진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린 백작이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지금 긴 시간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습니다, 소가주님. 카멜리아는 아버지의 피후견인들 중 하나입니다. 그 애가… 그는 고민스러운 듯 잠시 입을 앙다물었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이아몬드에게로 안내해줄 겁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의아한 표현이었다.
카멜리아는 제 이름을 똑 닮은 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었다. 흑요석을 박아넣은 듯 매끄러운 눈동자가 진을 보고는 호기심 어린 빛으로 한 번 굴렀다가, 시종의 설명을 듣고는 난처한 듯 흐려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이 가늘어진다. 무례하게도 진을 위아래로 훑은 카멜리아가 시종을 붙들고 다 들리는 귓속말을 했다. 걔한테 찾아올 만한 친구가 있다고? 예의상 말씀하신 걸 진지하게 받아버린 거 아냐? 시종이 어설프게 한 번 웃고는 종종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입을 삐죽 내밀며 제 머리나 헤집던 그가 힐끔, 진을 보고는 그제서야 말을 붙였다. 어… 안녕하세요. 카멜리아 페스타라고 해요.
"엄… 뭐 아카데미에서의 다이아몬드가 어떤 애였는지 저야 모르지만, 제가 알던 다이아몬드랑 그리 달랐을 거란 생각은 안 들거든요.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걔가 지금, 음, 상태가 좀 안 좋아요. 다른 사람 같을 때도 있고, 좀."
그러니까 너무 놀라지 마시라고요. 최악의 경우엔 얼굴도 못 볼지도 모르는데요… 조잘거리던 목소리와 두 사람 분의 걸음소리가 희고 푸른 문 앞에서 멈췄다. 진에게 의미 없이 눈짓 한 번 해보인 카멜리아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노크 소리에 이어 낭랑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다이아몬드, 나야, 카멜리아. 손님 왔어. …….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카멜리아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벌컥, 말릴 새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몸을 옆으로 뺀다. 그리고 딱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방 안에서부터 무언가가 힘을 싣고 날아왔다. …도록? 하여간 성격 더럽다니까. 카멜리아가 혀를 차는데 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고 안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