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 표정이 왜 그래? 행정학과의 걔가 또 짜증나게 했어?" "…그런 일 아니란 거 알잖아, 세비. 미안한데 나 지금 장난 칠 기분 아냐." "알지. 아니까 이러는 거지. 어디 초상이라도 난 것 같은 내 얼굴을 며칠째 봐야 하는 쌍둥이 형제의 마음도 좀 헤아려주지 않을래?"
누구 얼굴이 네 얼굴이야. 퉁명스럽게 답한 유니우스는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또 쉬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 주가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유니우스가 쉰 한숨을 세자면 저기 행정학과 숙련반의 불쌍한 학생 하나가 과제에 파묻힌 제 생을 한탄하며 쉰 한숨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세베루스는 감히 자신했다. 사실, 그 시작을 새학기라 말하는 것도 오답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여동생, 아브릴리아의 입학 원서가 학원에 닿았을 때부터였을 테니까.
그래, 릴이 성 아우로 학원에 입학했다. 집을 떠나 다른 학생들처럼 이곳 기숙사에 머무르며 학원 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그게 뭐 어떻냐고 혹자는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를 일이나, 유니우스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언제나 성실하고 또 신실했지만 커리큘럼을 따라갈 수 있느냐는 성정과 함께 논할 문제가 아니다. 유니우스는 여동생을 아끼는 것 치고, 아니 아끼기에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릴의 입학을 마지막까지 반대한 것은 가족 중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닌 유니우스였다. 그 애를 언제까지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둘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유예를 두고 좀 더 천천히 나아가도록 두어도 좋았을 것이다. 가족 전부가 성력을 가졌고 걸맞는 교육을 받았다. 꼭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그 애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차고 넘쳤다. 그런데 왜.
…역시 다시 한 번 얼굴을 보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는 길에는 양호실에 들려 선생님께 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24시간 내내 지켜봐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대비는 모두 해두는 게 좋다.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세베루스가 땅이라도 꺼트릴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유니우스. 그만 좀 해. 어딜 가서 뭘 할 생각인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투였다. 음성이 날카롭게 튄다. 줄타기처럼 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평화가 단숨에 무너져내리고, 남은 것은 끊어지기 직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실과도 같은 긴장감뿐이다.
"너무 과하게 신경 쓰고 있단 생각은 안 해봤어? 릴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애인 것처럼 굴고 있잖아, 너." "비약하지 마, 세베루스 카밀리안 루치오. 누가 그렇게 생각한대? 네가 과하게 생각이 없는 거란 생각은 안 해봤고?" "네네, 내 쌍둥이 형제께서는 생각도 많아서 세상 모든 걸 혼자 다 알고 계시지. 네가 이러는 걸 퍽이나 좋아하겠다!"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그딴 식으로 비꼬지 마. 그리고 릴을 자꾸 끌어오지도 마!"
…난 그 애가 상처로부터 뭘 배우길 바라지 않아. 왜 그래야 하는데? 다치지 않게 지켜줄 수는 있는 거잖아. 짓씹듯 뱉은 말이 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아니. 착각하지 마. 넌 지켜주고 있는 게 아니라 혼자 걷지도 못하게 묶어두려 하는 거야. 그 위로 날 선 말이 꽂힌다.
두 사람은 쌍둥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나 대부분의 생을 함께했다. 둘은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제법 어른스러운 편이었고, 정말 하나였던 것이 반으로 떨어져 나온 것처럼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어른스럽다 한들 결국엔 어른이 아니었다. 성인이라 인정받지도 못할 나이의 풋내기들이다. 하나였던 것처럼 사이가 좋다고 해도 결국 하나는 아니었다. 독립된 개체였고, 그러니 다른 점을 따지자면 얼마든지 따질 수 있다. 세베루스는 유니우스가 과할 정도로 걱정을 안고 산다고 생각했다.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쳐서야 유니우스 본인에게도, 또 릴에게도 독이 될 뿐이다. 유니우스는 세베루스의 가벼운 태도가 싫었다. 정말 걱정하고 있는 건 맞는지, 가끔은 그런 의심까지 했다. 말꼬리를 붙잡아 비꼬며 저를 번번이 막아서는 꼴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잡음도 없이 이해하기에는, 둘 다 어렸다.
풋내나는 치기가 충돌한 끝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멱살을 잡은 둘이 강의실 바닥을 굴렀다.